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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업데이트: 2026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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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언터처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번 갱스터, 알 카포네. 그가 금주법 시대에 거둬들인 수입은 현재 가치로 연간 수십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그런 인물을 실제로 잡은 건 총이 아니라 장부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영화 '언터처블'(1987)은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저도 처음엔 단순한 갱스터 액션물인 줄 알고 틀었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멍했습니다.

줄거리: 법보다 빠른 주먹이 판치던 시카고

영화의 배경은 1930년대 시카고, 금주법(Prohibition Act) 시대입니다. 금주법이란 1920년부터 1933년까지 미국 헌법 수정 제18조에 의해 시행된 법률로, 알코올 음료의 제조와 판매를 전면 금지한 조치입니다. 말이 금지지, 실제로는 수요가 사라진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하 경제로 술이 흘러들면서 밀주(Bootlegging)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그 정점에 알 카포네가 있었습니다.

알 카포네(로버트 드 니로)는 경쟁 갱단을 기관총으로 쓸어버리고 시장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제국을 만들었습니다. 그가 두고 간 폭탄으로 무고한 소녀가 사망하는 장면은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데, 감독이 이 씬을 꽤 담담하게 찍었습니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더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수사관 엘리엇 네스(케빈 코스트너)가 카포네를 잡겠다고 나섰지만 경찰 조직 곳곳에 카포네의 정보원이 심어져 있었고, 초반에는 현장을 급습할 때마다 허탕만 치며 망신을 당하는 처지였습니다.

반전은 베테랑 순경 지미 말론(숀 코너리)을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말론은 네스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거친 시카고 방식으로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겠냐"고. 이 한 마디가 영화의 분기점이 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숀 코너리가 눈빛 하나로 상황 전체를 장악하는 걸 보면서, 왜 이 역할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는지 바로 납득했습니다.

캐릭터: 이 영화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 카포네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니 알 카포네보다 엘리엇 네스와 지미 말론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그게 의도된 구조인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캐릭터 영화로서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네스는 전형적인 성장 서사(Coming-of-Age Narrative)를 따라갑니다. 성장 서사란 주인공이 시련을 겪으며 점차 성숙해지는 이야기 구조를 말합니다. 처음에는 원칙만 앞세우다 번번이 카포네에게 당하던 네스가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결국 카포네를 법정에 세우는 과정이 꽤 설득력 있게 그려졌습니다. 말론은 그 여정에서 멘토 역할을 하는데, 그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은 지금도 제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아무 예고 없이 찾아온 죽음이라서 더 그랬습니다.

이 영화에서 제가 특히 인상 깊게 봤던 캐릭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엘리엇 네스: 원칙주의자에서 현실주의자로 성장하는 주인공. 케빈 코스트너가 과하지 않게 잘 표현했습니다.
  2. 지미 말론: 숀 코너리 특유의 카리스마로 완성된 베테랑 순경. 그가 등장하는 씬마다 긴장감이 달라집니다.
  3. 조지 스톤: 앤디 가르시아가 연기한 명사수. 분량은 적지만 기차역 총격 시퀀스 하나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4. 알 카포네: 로버트 드 니로가 실제 카포네를 재현하기 위해 증량까지 하며 준비한 역할. 등장할 때마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알 카포네의 분량이 생각보다 훨씬 적습니다.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력을 제외하면 카포네가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부하들을 배트로 처단하는 장면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네스와의 심리전이나 직접적인 수싸움은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전무후무한 실존 인물인 카포네의 활약을 기대하고 본 관객 입장에서는 그게 좀 아쉬웠습니다.

연출: 브라이언 드 팔마의 카메라가 말하는 것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히치콕의 계승자라는 평가를 받는 감독입니다. 그의 연출 스타일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시점(Point of View) 숏 활용입니다. 시점 숏이란 특정 인물의 눈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것처럼 촬영하는 기법으로, 관객이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감탄했던 건 오프닝 시퀀스였습니다. 알 카포네를 천장 위에서 내려다보는 버즈 아이 뷰(Bird's Eye View) 앵글로 잡습니다. 버즈 아이 뷰란 마치 새가 위에서 내려다보듯 촬영하는 기법으로, 인물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전달합니다. 반대로 네스는 로우 앵글(Low Angle), 즉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방식으로 자주 촬영됩니다. 이건 그가 밑바닥에서 도전하는 입장이라는 걸 대사 없이 카메라로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말 없이 구도 하나로 인물 관계를 정리해버리는 거라, 처음 봤을 때 "아, 이 감독이 그냥 찍은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차역 총격 씬은 영화사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명장면입니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감독의 '전함 포템킨'(1925)에서 오마주한 유모차 장면을 슬로우 모션과 긴장감 있는 편집으로 재해석했는데, 이 부분만 따로 떼어놓고 봐도 완성도가 대단합니다. 실제로 많은 영화 교재에서 몽타주(Montage) 기법의 현대적 활용 사례로 이 씬을 인용합니다. 몽타주란 서로 다른 이미지를 교차 편집하여 감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편집 기법입니다(출처: British Film Institute).

결말: 알 카포네를 무너뜨린 건 총이 아닌 세금

영화의 결말은 실제 역사와 맞닿아 있습니다. 알 카포네는 살인이나 밀주 혐의가 아닌 탈세(Tax Evasion)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습니다. 탈세란 법적으로 납부해야 할 세금을 고의로 신고하지 않거나 숨기는 행위를 말하는데, 당시 미국 국세청(IRS)은 카포네의 소득을 추적하여 그가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내지 않았음을 입증했습니다. 총도, 증인도 아닌 장부 하나가 미국 최대 갱스터를 무너뜨린 셈입니다.

영화 속에서도 이 흐름은 충실히 재현됩니다. 네스의 팀에 회계사 출신 오스카 월레스가 합류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 결정적인 증거도 회계 장부에서 나옵니다. 카포네 측이 배심원을 매수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네스가 판사에게 배심원단 교체를 요구하는 장면은 실제로도 긴장감 있게 연출되어 있습니다. 실제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엘리엇 네스는 금주법 집행 기관인 재무부 산하 수사팀을 이끌었으며, 카포네 기소의 상당 부분은 IRS 특수 수사팀과의 협력으로 이루어졌습니다(출처: IRS Criminal Investigation).

카포네는 결국 11년 형을 선고받았고, 영화는 네스가 기자로부터 금주법 폐지 소식을 듣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제가 이 결말을 보면서 느낀 건 씁쓸함이었습니다. 카포네를 잡기 위해 모든 걸 쏟아부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정작 그 싸움의 명분이 된 금주법 자체가 폐지된다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영화 '언터처블'은 화려한 캐스팅만큼이나 내용도 탄탄한 작품입니다. 다만 알 카포네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엘리엇 네스의 성장 이야기로 보는 게 더 만족스럽습니다. 갱스터 영화를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이 영화로 시작하기에 충분하고,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기차역 씬 하나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니, 아직 안 보셨다면 한 번쯤 도전해보시길 권합니다.